울산시립미술관 건립과 중부도서관 이전

미술관이 크다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콘텐츠와 운영의 묘를 살려 나가야

울산포스트 | 기사입력 2016/12/29 [14:20]

울산시립미술관 건립과 중부도서관 이전

미술관이 크다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콘텐츠와 운영의 묘를 살려 나가야

울산포스트 | 입력 : 2016/12/29 [14:20]

이제 다섯달 뒤면  30여년 역사의 정들었던 중부도서관이 헐리고 이 자리엔 시립미술관이 들어선다. 울산의 중심 북정동 중부도서관은 1984년 8월 3일 울산 최초의 시립도서관으로 개관 되었다.   허물고 새로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신설 시립미술관도 필요하지만 도서관 또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당초 미술관 건립예정 부지 동쪽 옛 울산초등학교 자리에 최근 역사 유구가 발견되었다 하여 이곳을 다시 울산객사로 복원해야 한다고  결국 미술관 부지가 너무 좁아지니  졸지에 건너편 북정 중부도서관을 철거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대 총선을 전후하여 중구민의 여론이 시립미술관 건축에 집중되자  일종의 포퓰리즘에 떠밀려  울산시가 북정공원과 중부도서관 부지에 전격 시립미술관 건립을 확정(지난 7월 4일) 하게 되었다.  급기야 중부도서관은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마땅한 장소도 물색하지 못한 채  5∼6월경 임시로 중구 성남동 뉴코아 아울렛 부근 시설환경도 열악하고 비좁은 음식점 2∼3층(성남동 254-4번지)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5개월 후 옮겨갈 임시 도서관 건물의 연면적이 1,332㎡로 현재 5,054㎡인 북정도서관에 비해 턱없이 비좁고 장서(보유수 345,109권)도 다 보관 할 곳이 없을 정도이다. 우선 보존 서고시설을 별도 확보해야하겠고, 자유열람실 운영 불가, 종합자료실 등 시설이 불비하여 임시방편의 통폐합 운영은 불가피하다. 임시 도서관 이용자의 안전을 위한 건축물 강도와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비상 탈출구 및 대피로, 장애인 편의시설 등이 전무한 실정이니 정밀 구조안전진단부터 점검해야 할 것이다.

 

울산중부도서관은 하루 이용객 2,000명, 평생교육프로그램 활용 연인원 1만3,824명, 열람실 좌석수 1,243석, 장서 보유수 345,109권, 열람 지속 회원수 약 11만2,170명을 확보하고 있다. 30년이 넘어 교육부 지정 ‘울산지역 평생교육정보센터’, 울산광역시 지정 ‘울산지역대표도서관’의 역할을 다 해오면서 울산시민의 평생교육기관으로 깊이 정든 문화의 샘터였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현 중부도서관 건물을 시립미술관 건립 부지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도서관 이용자, 지역주민, 도서관 관계자들과 공청회와 같은 의견수렴의 절차도 없이 오로지 시립미술관 설립이란 여론에 매몰되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 또한 금후 4년 동안 사용할 임시도서관 이전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시는 단 한 차례의 협의회만 개최했을 뿐, 중부도서관 측의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전지를 확정 통보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안일하고 무모한 탁상행정의 결과였다.

 

30년 이상 시민의 사랑을 받아 온 울산중부도서관은 그동안 지역민에게 독서 인구의 저변 확대는 물론이려니와 다양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였음을 감안 할 때 미술관도 필요하지만 도서관은 더더욱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독서와 문화의 보고이며 배움의 터전이기도 하다. 우리는 책을 통해 인생의 선배들이 주는 소중한 가르침을 받아 성장과 성숙한 삶을 디자인해 간다. 더우기 현재 신축중이 시립도서관 위치가 악취가 풍기는 유화공단과 여천천  하류인접 지역이라 많은 시민들이 우려를 자아내고 있기 때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문화, 역사적 가치가 현저한데도 자꾸만 허물고 새로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더우기 이 모든 것이 시민의 혈세로 이루어는 것이기에 무엇보다 도시의 재정적인 우선 순위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기에, 꼭 이자리가 불가피하다면 먼저 기존의 중부도서관을 신축, 이전을 한 이후(2020년 9월 에야 중구 북정동 58-8번지 일원 신축 개관 예정)에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이 순리이며 11만 중부도서관 이용자들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울산동헌의 멀쩡한 한옥 정문은 작년에 허물고 올해 가학루(駕鶴樓)로 복원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너무나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라 감히 제안 해본다.

 

 본래 시립미술관 예정 부지였던 옛 울산초등학교 자리에 객사의 유구를 복원하게되면 이 고증에 의한 건축물 또한 소중한 역사적 미술품(건축 분야)에 속하기에 신축 미술관과 동시에 하나로 디자인하여 함께 축조하면서 그래도 면적이 부족하다면, 나머지 대지 부분은 뒷편의 구 삼일회관(현재 창고와 자전거 수리소로 사용중인 구.청년회의소)의 부지를 확장하여 미술관 부지로 활용하면, 도서관도 보존하면서 새 미술관을 더 멋진 한국적 건축물로 세울 수 있는 일거양득이 아닐까? 파괴 건축만이 능사가 아니고 보존의 가치도 중요하다. 이는 발전이 더디다고 주장하는 인접한 지역 주민들의 뜻과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미술관이 크다고 다 좋은 것만도 아니다. 문제는 콘텐츠와 운영의 묘를 살려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많은 미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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